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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영광/법성포] 쓸쓸함 안고 무작정 떠났던 여행길의 추억 (6)

멜로우드림 컴퍼니 2011. 10. 6. 04:41


법성포에 와서 굴비 맛도 못 본 나란 남자, 비 때문에 낮부터 방에 쳐박혀 있다가 맥주 마시고 잠든 나란 남자. 나란 남자는 다음 날 이르지 않은 아침에 눈을 떴다. 밖이 조용한걸 보니 다행히 비는 그친 것 같았다. 샤워를 하고 주섬주섬 가방을 챙긴 나는 숙소를 빠져나와 어제 미처 보지 못한 대왕 불상을 보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그저 불상이 보이는 방향으로 무작정 걸었다. 걷다 보면 길은 나오기 마련이니까. 설사 길이 없으면 다시 돌아가면 되니까. 배는 그리 고프지 않았기에 아침밥은 거른 채 일단 불상 근처로 가고자 마음 먹었다.




어제 비 때문에 중간에 돌아왔던 길을 다시 끝까지 걸어가보니 위와 같은 안내판을 볼 수 있었다. '법성포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 이 안내판을 보니 그 큰 불상이 왜 그곳에 있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법성포는 옛 백제의 영토였으며, 처음으로 백제에 불교가 전해진 지역이라고 한다. 때문에 현대에 이르러 이를 '성역'이라 부르는 관광지로 개발해 놓았던 것이다. 안내판이 있는 것으로 보아 걸어서도 가볼만 한 거리라 짐작되었다. 나는 안내판에 표시된 방향을 따라 걸어갔다.




안내판이 가리키던 방향으로 걷다보니 '숲쟁이'라는 곳이 나왔다. 오오오오오. 한국의 10대 아름다운 숲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진짜 아름다운 숲이라는 말이 아닌가. 숲 길이 나있는 방향을 보니 불교 최초 도래지에 가는 길과도 연결되어 있을 듯 싶었다. 때문에 나는 한국의 10대 아름다운 숲이 어떤지 확인도 할 겸 언덕으로 나있는 숲 길로 들어갔다.




숲으로 올라가는 길에 나무 계단이 보기 좋게 조성되어 있었다. 나무 계단을 따라 올라가보니 법성포를 한 눈에 내다볼 수 있었다. 어제 새벽까지 비가 내렸던지라 공기는 시원했고, 풀과 나무에는 이슬인지 빗방울인지 모르는 물방울들이 수 없이 맺혀있었다.








법성포 앞 바다는 개발이 한창인 듯 보였다. 무엇을 위한 개발인지는 모르겠지만 땅을 다지고 있는 것을 보니 무슨 건물 단지를 조성하려는 것 같았다. 뭐 아니면 말고. 바닷가 반대편에는 논과 밭이 펼쳐져 있었고 듬성듬성 농가가 보였다. 갯벌이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다 뒤를 돌아보니 그곳에는 전형적인 농촌의 모습이 있었다. 재미있다. 상반되는 두 가지 모습이다.






아무리 봐도 이슬인지 빗방울인지 모르겠다. 이슬과 빗방울은 분명 다르지 않은가. 뭐 아무래도 상관은 없었지만 말이다. 오랜만에 무당벌레를 볼 수 있었다. 서울에서도 가끔 무당벌레를 볼 수 있긴 했지만 언제 마지막으로 봤는지 기억은 나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 보니 조금 더 선명한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 아쉽다.




한국의 10대 아름다운 숲이라고 해서 기대를 잔뜩 했었는데, 막상 올라가보니 솔직히 기대 이하였다. 기대만큼 크거나 웅장한 숲도 아니었으며, 많은 관광객을 기다릴만큼 잘 관리되어 있지도 않은 듯 했다. 그냥 우리 동네에 있는 뒷산 같은 느낌이 더 강했다. 혹시나 내가 보지 못한 길이 있던 것은 아닐까? 만약 그런거라면 지금이라도 실망감이 조금은 줄어들텐데 말이다.




숲 길의 끝 즈음에 갔을 때 그곳에는 2층짜리 정자가 하나 있었다. 숲길보다 오히려 이 정자가 더 멋지더라. 숲과 정자가 어울린다는 느낌보다 그냥 이 정자가 숲보다 예쁘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숲에 너무 기대를 했었나보다. 아 그래도 한국의 10대 아름다운 숲이라면서. 나머지 9곳은 어딘지 궁금하다. 나머지는 좀 괜찮을려나?


정자 근처에서 주위를 둘러보니 멀게만 보이던 불상이 조금 더 가까워져 있었다. 조금만 더 걸어가면 될 것 같았다. 다행히 내 예상대로 숲 길의 끝은 불교 최초 도래지로 가는 길과 연결되어 있었다.








숲 길을 빠져나와 주택가 사이로 걷다 보니 어느덧 불교 최초 도래지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도착이다. 솔직히 숲쟁이보다는 이곳 불교 도래지가 더 볼 것이 많을 것 같아 걸음에 속도를 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시간을 보내기에 그곳이 훨신 나았다.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 앞에 도착한 나는 안내판 앞에 섰다. 안내판의 내용을 천천히 읽은 후에 숨을 한 번 고르고는 천천히 기념성역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여행을 다니며 지역과 지역을 이동할 때 말고는 항상 걸어다녔다. 나는 걷는 것이 진짜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차를 타거나 기차를 타거나 비행기를 타면 편하긴 하다. 하지만 가는 동안을 즐기기는 힘들다. 목적지로 가는 동안에 볼 수 있는 것, 느낄 수 있는 것, 생각할 수 있는 것 등 많은 것들을 놓치게 되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진짜 여행은 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몸도 조금 피곤해져야 되고 말이다.


여하튼 나는 본격적으로 불교 최초 도래지 기념 성역을 보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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