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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영광/법성포] 쓸쓸함 안고 무작정 떠났던 여행길의 추억 (7)

멜로우드림 컴퍼니 2011. 10. 7. 12:14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 기념 관광지 입구에 도착한 나는 입구에 설치되어 있던 안내판에서 어제 보았던 큰 불상에 대한 설명을 볼 수 있었다.






'사면대불'. 나를 이곳으로 이끈 불상의 이름이다. 아미타불을 주존불로 모시고 관음세지보살을 좌우 보처로, 그리고 마라난타존자가 부처님을 받들어 모시고 계신 모습을 다른 한 면에 배치한 사면불이라고 한다. 약식 석굴 사원 형식을 띤 독특한 형태의 간다라 양식 사면대불로 조성되어 있다는데, 오래된 유물은 아닌 것 같고 이 지역을 개발하면서 조성한 석불 같았다.




기념 성역 안으로 들어가는 길 초입에는 폭포도 있었다. 이것 역시 인공폭포인데 물은 흘려보내지 않았다. 평일이라? 아니면 비수기라? 확실히 말라있는 모습보다는 물이 흐르는 모습이 더 멋있을텐데 말이다.


전국에는 지자체의 주도로 조성된 관광지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1년 내내 원활하게 관광객을 맞이하며 운영되는 곳은 소수에 불과하다. 한반도의 기후 특성 상 관광객이 몰리는 기간이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분명 지속적으로 관광객을 유치하는 곳이 존재한다. 이는 관광사업으로 수익을 얻기 위한 지자체들의 만년 고민이기도 하다. 그냥 뭐 대단한 해결책을 내놓으려는 것은 아니고, 푸념 한 번 늘어놔 보는거다. 세금으로 조성된 관광지가 적자만 쌓이는 골칫거리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또한 언제 방문하든 관광객들이 그곳을 제대로 즐길 수 있기를 바라며 말이다. 한마디로 하면 내가 갔을 때 폭포를 안 틀어놔서 삐졌단 말이다 이 사람들아.






드디어 사면대불 앞에 섰다. 생각했던만큼 엄청 크더라. 각 면에는 불상이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위 사진은 꽤나 가까이서 찍은 사진인데 규모가 있다보니 조금은 멀리서 보는 것이 더 멋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하늘은 흐렸지만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사면대불의 하단 부분은 석굴 사원으로 조성되어 있었는데, 마침 보수 공사를 하는 중이라 입장이 불가능했다. 아 왜! 왜! 왜! 대체 왜! 석굴 사원 내부는 어쩔 수 없이 포기한 채 나는 사면대불을 지나 길이 나있는 아랫쪽으로 걸어 내려갔다.






길을 따라 내려가는 중에 나무들 사이로 '부용루'가 보였다. 부용루는 참배 및 서해 조망용 누각으로 1층 석벽에는 간다라 양식의 불전도 부조조각이 23면에 걸쳐 부처님의 전생 인연담과 일대기가 생동감 있게 조각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실제로 2층에 올라가보니 절을 하며 불공을 드리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길을 따라 끝까지 내려오니 광장을 중심으로 우측에 인도 풍의 작은 사원이 있었다. '탑원'이었다. 탑원은 간다라 지역 사원 유구 가운데 가장 잘 남아있는 탁트히바히 사원의 주탑원을 본떠서 조성한 탑원이라 한다. 마라난타존자의 출신지인 간다라 사원양식의 대표적이고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고 한다.






탑원 안에는 여러 불상들이 있었다. 그 중 기억이 남는 것 중 하나가 '연인상'이다(남녀상이었나?). 이름 그대로 한 쌍의 연인이 조각되어 있었다. 아, 조각도 커플이구나. 식당에서는 혼자라고 굴비도 안주더니 이제는 조각도 커플이다. 혼자 떠도는 여정에 제대로 염장질이다. 이후 여정에서도 이런 염장질들은 속속 나타난다. 혼자 다니는 여행은 지독하게 외롭다. 하하하하하하하.


아래는 부용루와 사면대불을 여러 각도에서 찍어본 사진들이다. 만약 날씨가 화창했다면 조금 더 예쁜 사진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광장에서 부용루와 사면대불의 사진을 한껏 찍은 나는 계단을 따라 부용루로 올라갔다(위 사진에서 보다시피 사면대불의 1층은 공사중이었다. 벌써 2년 정도가 흘렀으니 이미 공사는 끝나있을거라 믿는다).




관광지 입구에 있던 안내판에 적힌대로 부용루 1층 석벽에는 간다라 양식의 불전도 부조조각이 23면에 걸쳐 부처님의 전생 인연담과 일대기가 조각되어 있었다. 확실히 건축한지 오래되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광장의 앞쪽은 바닷가고 물이 빠져 갯벌을 훤히 드러내고 있었다. 아마도 이 곳을 통해 배가 들어오고 불교가 전해졌다고 하는 것 같았다. 저 멀리에서는 어민분들이 무언가를 갯벌 속에서 꺼내들어 바구니에 담고 있었다. 조개? 낙지? 대체 뭘 잡는걸까 궁금했지만 알 도리가 없었다.




불교 최초 도래지를 모두 둘러본 나는 슬슬 허기가 졌다. 근처에는 식당이 없었기에 나는 다시 숙소 방향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다시 숲 길을 통해 돌아가면서 뭘 먹을지 고민했다. 다른 식당에 가면 굴비 정식 먹을 수 있을까. 굴비 먹고 싶은데. 나 영광 왔는데. 법성포 왔는데. 굴비 먹고 가야되는데. 나는 오늘은 반드시 굴비를 먹겠다고 다짐하는 나였다.




굴비마을인지라 길 이름도 '굴비로'이다. 웃으면 안될 것 같은데 그냥 조금 웃기다. 길 이름이 굴비로라니. 한우마을에 가면 '한우로'도 있을까? '갈비로'가 있으려나? 하하하하하.




다시 숙소 근처로 왔다. 식당과 굴비를 파는 상회들이 모여있던 그곳이다. 나는 어느 식당으로 들어갈가 하다가 굴비백반이 1인분에 만 원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는 식당을 찾게 되었다. 어제 그 식당은 1인분에 만 오천원인데다가 혼자 오니까 주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혹시 이곳도 2인분부터 주문이 되려나? 조심스럽게 식당으로 들어간 나는 사장님께 1인분도 주문이 되냐고 물었다. 사장님은 남자 분이셨는데 당연한 걸 왜 묻냐는 표정으로 내 질문에 대답을 주셨다. 나는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주문을 하고 상 앞에 앉았다. 무조건 많이 먹을거라고 맘 먹었다.








1인분 시킨 것이 미안할 정도로 많은 반찬들이 상에 깔렸다. 물론 메인은 굴비구이와 굴비매운탕. 혼자 밥 먹으러 와서 밥상 사진을 찍고 있는 내가 조금 웃기긴 했지만 나는 사진을 다 찍고 나서야 밥을 먹기 시작했다. 정말 꿀맛이었다. 아직도 1인분에 만 원인지는 모르겠지만 법성포에 가게되는 분들이 있다면 추천해주고픈 식당이다. 밥 한그릇을 뚝딱 비운 나는 한 공기를 더 시켰다. 아마 상 위에 있던 모든 그릇을 비웠던 것 같다. 계산을 하려고 하자 사장님이 혼자 여행왔느냐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려면 밥을 많이 먹어야 한다더라. 그러면서 추가로 시킨 밥 한 공기는 그냥 서비스라고 하셨다. 인심도 좋다. 1인분 시킨다고 눈치 주는 것도 없었고 말이다. 식당에서 나온 나는 드디어 굴비를 먹었다는 만족감과 성취감에 휩싸여 있었다.




나는 이걸로 법성포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다시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법성포 터미널로 갔다. 어디로 갈지 정하진 않았지만 일단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법성포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영광종합터미널까지 나가야 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어디로 갈지 고민을 해도 딱히 떠오르는 곳이 없었기에 터미널에 도착해서 버스 시간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배가 부르니 솔솔 잠이 오더라.




영광종합터미널에 도착한 나는 다음 목적지를 고르기 위해 매표소 앞에서 버스 시간을 보기로 했다. 어디로 가는 것이 좋을까. 잠시 고민을 하던 나는 다음 목적지를 '목포'로 결정했다. 그리고는 생각이 바뀌기 전에 매표소에서 목포 행 버스 티켓을 샀다. 혼자 여행을 떠난지 4일째 되는 날, 나는 목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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