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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목포/외달도] 쓸쓸함 안고 무작정 떠났던 여행길의 추억 (12)

멜로우드림 컴퍼니 2011. 10. 13. 10:33


섬 곳곳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잔뜩 피어있다. 분명 섬을 가꾸기 위해 사람들이 심은 꽃들이겠지만 그래도 아름답다. 형형색색의 꽃들은 물감을 뿌려놓은 듯이 진한 빛깔을 뽐냈다. 길을 걷는 동안 마주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눈에 밟히는 꽃들은 아름다웠고, 햇살도 따사로왔다. 서울을 떠나 처음으로 따뜻한 여행을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한동안 나는 꽃 앞에 쪼그려 앉아 사진을 찍어댔다. 꽃들이 너무 예뻐 보여 내 눈에 보이는 모습 그대로를 사진에 담고 싶었다. 똑딱이 카메라의 한계를 뛰어 넘은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나는 아직도 이 사진들을 보면 그 날의 모습들이 눈 앞에 선한데 말이다. 내 블로그를 찾는 사람들이 부족한 나의 글과 사진을 통해 조금의 설레임을 맛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섬 반대편에는 또 하나의 선착장이 있었다. 아무래도 이 곳은 마을 주민들이 어업을 하기 위해 타고 나가는 배가 주로 들어오는 것 같다. 먼 바다까지 나가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이는 몇 척의 작은 배들이 묶여 있었다.




선착장을 지나 조금 더 걷다보니 멀지 않은 바다 가운데에 섬이 하나 보였다. 사람이 살지 않는 작은 무인도이다. 헤엄을 잘 치는 사람이라면 헤엄을 쳐서 갈 수 있을 정도의 거리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렇게 가까운 편도 아니다. 여름철이 되면 분명 누군가는 어리석은 영웅심에 도취되어 저 섬에 가겠다며 바다로 뛰어들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런 사람들이 자주 있었나보다. 내가 서있던 곳 근처에 절대 헤엄을 쳐서 갈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경고판이 있었다. 우리 모두 하지 말라는건 하지 말자.




위 사진에 나온 길은 마치 해안 고속도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큰 길은 아니다. 이 작은 섬에 차들이 많이 있을리는 만무했다. 아마도 가끔 짐이나 해산물을 옮기기 위해 들어오는 차들을 배려한 도로처럼 보였다. 뭐, 이 섬까지 차를 끌고 오는 피서객들이 있을리는 없을테니 말이다(설마 있나? 그런건가?). 이 길을 따라 걷다보면 외달도 해수욕장을 만날 수 있다.




외달도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내가 묵은 민박집을 기준으로 볼 때 섬 반대편 정도인 것 같다. 사진으로 보다시피 작은 해수욕장이다. 외달도에 어울리게 해수욕장도 아기자기하다. 이 작은 해수욕장도 여름이 되면 사람들로 북적이겠지. 그래도 나는 해운대나 경포대를 가느니 외달도에 가라 하고 싶다. 물도 더 맑고, 공기도 더 좋고, 무엇보다 섬 전체가 피서를 하기에는 너무나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바닷가에 혼자 앉아 잠시 휴식을 가졌다. 지금 이 모래사장에, 이 섬에, 이 바다에 나 혼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혼자라는 두려움보다 오히려 해방감에 가까운 기분이었다. 5월의 햇살은 따사로왔고, 가끔씩 스치는 바람이 상쾌했다. 바다 특유의 비릿함과 짠내 조차도 기분 좋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외달도 해수욕장에서 혼자 분위기 잡던 나는 정신을 차리고는 섬 중앙에 있는 언덕을 올랐다. 멀리서 보이던 정자가 눈 앞에 있었다. 그 당시 정자 주변에는 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지 않아 휑한 느낌이 있었지만 아마 지금은 나무들도 많이 자라서 어엿한 산의 느낌을 주지 않을까 싶다.










언덕에 오르니 섬 주변이 한 눈에 보였다. 섬에서 멀지 않은 무인도부터 해수욕장, 해수풀장, 그리고 갯바위로 가는 모래사장까지. 밑에서 걸으며 느꼈던 섬의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넓게 펼쳐져 있는 바다가 가슴을 뻥 뚫리게 해주는 것 같았다. 지금에서야 느끼는 것이지만 누군가와 함게였다면 더 즐거운 여행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누군가와 함께하기에도 지쳐있었던 것 같다.  






다시 민박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몇몇의 민박집이 더 눈에 띈다. 내가 어렸을 적에 강이나 바닷가에 놀러가면 있던, 그런 민박집들이었다. 피서철이 되면 분명 적지 않은 사람이 몰릴테니 외달도로의 여행을 꾀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미리예약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외달도에는 캠핑장이 잘 되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민박집에 묵는 것이 조금 더 편할테니 말이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또다시 꽃에 정신을 팔렸다. 사내놈이 혼자 여행하면서 꽃에 정신이 팔리다니, 나란 녀석 조금 웃기다. 하하하하하하. 그래도 꽃들이 아름다운걸 어쩌란 말인가. 그날은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꽃잎들의 빛깔이 진했던 것 같다.




처음 섬을 둘러보기 시작했을 때는 개와 고양이가 나를 쳐다보더니 이번엔 흑염소다. 하하하하하. 풀밭에 묶여 풀을 뜯어먹고 있던 녀석이 나를 보더니 '누구냐 넌'이라는 표정을 짓는다. 가까이 있던 것도 아니었는데. 혼자 여행을 하는 동안 비와 꽃, 나무, 동물 녀석들만 내게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 하하하하하하하. 외로웠던 여행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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