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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영광/법성포] 단 돈 만 원으로 즐겼던 법성포 굴비백반, 공원식당

멜로우드림 컴퍼니 2011. 10. 18. 08:23




지난 2009년 5월, 나는 혼자 서울을 떠나 정읍을 거쳐 영광, 목포, 해남 땅끝까지 이르는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즐거운 마음으로 떠났던 여행은 아니였던지라 애써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닐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여행 중에 우연찮게 먹었던 맛있는 음식 몇 개가 아직도 기억이 나는데, 그 중 하나가 영광 법성포에서 먹었던 굴비 백반이다.




법성포 버스 터미널에서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까지 이어지는 길에는 굴비마을답게 굴비를 판매하는 상점들과 식당들이 잔뜩 모여 있다. 오늘 소개할 '공원식당'은 길 중간 정도 부근에 위치하고 있다. 크거나 인테리어가 잘 되어있는 식당이라기 보다는 동네에 자그마한 백반집 분위기를 연상케 했다. 


당시 나는 조심스레 들어가 사장님께 혹시 굴비백반 1인분도 가능하냐고 물었고, 사장님께서는 그런 내게 당연하다며 흔쾌히 들어오라고 말씀해주셨다. 전날 다른 식당에서 굴비정식을 맛보려 했으나 2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하다는 말에 상처 받고 된장찌개를 먹을 수 밖에 없었던 한이 겨우 풀어지는 듯 했다. 하하하하하하.




상이 차려졌다. 앗, 근데 가운데 뭔가 하나가 비어있다. 가장 중요한 굴비구이가 나오기 전에 찍은 사진이기 때문이다.하하하하하하. 굴비구이와 굴비매운탕을 제외하고도 총 17가지의 반찬이 깔렸다. 정말 완전 푸짐하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굴비구이가 나오는 것을 마지막으로 상차림이 끝났다. 단 돈 만 원으로 먹는 1인분의 상차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푸짐한 상차림이다. 음식들을 보자 나는 전날에 굴비백반을 먹지 못한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와 숲쟁이 숲 길을 둘러보고 왔던 후라 배가 몹시 고팠던 나는 사진을 몇 장 남기고는 바로 그릇을 비워 나가기 시작했다. 다 먹어버리겠다. 하하하하하.



잘 익은 배추김치와 나박김치, 생새우무침과 오징어회, 간장게장, 각종 장아찌에 멸치조림까지 보인다. 잘 구워진 두 마리의 굴비는 모든걸 포기한 듯한 표정으로 내가 먹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하하하하하.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감자채볶음과 돗나물, 새우젓으로 간을 한 호박볶음과 해파리, 꼴투기, 낙지 등도 있다. 육군과 해군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상차림이다. 계란후라이만 하나 있었어도 육해공의 조합이 되었겠지만 전혀 아쉽지 않다. 하하하하. 모든 음식들이 짜지 않고 담백하게 간이 잘 맞았다. 아, 지금도 군침이 돈다.




배가 너무 고파서 그랬는지 가장 중요한 굴비느님의 사진을 이따위로 찍었다. 자신의 한 몸 바쳐 내 허기를 달래주셨던 굴비느님의 영정사진으로 쓰기에는 너무나 초라한 사진이다. 흑흑흑. 더 맛있게 찍을 수 있었을텐데.






법성포는 굴비로 유명한 곳답게 굴비를 파는 상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굴비센타, 굴비상회, 굴비유통, 굴비수산 등 그 이름들도 참 다양하다. 나는 굴비를 사지 않았지만, 서울보다 질 좋은 영광굴비를 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할 것이다. 내가 갔던 그날도 흐린 날씨의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굴비를 사러 온 듯한 외지 차량이 종종 눈에 띄었으니 말이다.






상점 밖에는 살이 통통한 굴비들이 일렬로 잘 엮여있다. 바닷바람에 더 말리기 위함일 수도 있고, 혹은 손님들의 발길을 끌기 위함일 수도 있다. 뭐 어떤 이유든 상관없다. 맛만 좋으면 그만이니까. 하하하하하.


영광 법성포를 찾을 계획이라면 많은 식당 중에 공원식당을 들려보라. 2년 전 가격이 만 원이었던지라 지금은 조금 올랐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가 둘러보았던 다른 식당들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좋으니 말이다. 영광굴비를 먹게 되다니 영광입니다. 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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