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따라 해외여행/2011. 밴쿠버정착기

[해외여행/밴쿠버/다운타운] 밴쿠버정착기 (3) - 잉글리쉬베이에서 스탠리파크까지

멜로우드림 컴퍼니 2011. 10. 23. 10:48


데니스(Denny's)에서 어메이징한 크기의 버거를 모두 뱃속으로 넣은 나는 잉글리쉬 베이로 향했다. 지도를 보니 잉글리쉬 베이는 그리 멀지 않았다. 다만 아직 길이 익숙하지 않았을 때라 얼마나 걸어가면 되지 몸이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잉글리쉬 베이 역시 웨스트엔드(West End)에 속한다. 데비 스트릿(Davie St.)을 따라 쭉 걷다 보면 길이 끝나는 지점에 바로 잉글리쉬 베이가 나타난다. 바닷가 특유의 짠내 섞인 바람이 느껴지고, 저 멀리서 수평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스탠리 파크와 연결되어 있는 잉글리쉬 베이는 벤치들도 많고, 조깅을 할 수 있는 길도 나있다. 매일 수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따라 조깅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인라인 스케이트를 즐기거나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한다.




잉글리쉬 베이 모래사장에는 위와 같이 통나무들이 있다. 자연산 벤치인 것이다. 사람들은 나무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바닷가를 바라보며 친구들 혹은 연인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밴쿠버에 이제 막 도착한 내게는 새롭고 설레는 풍경이지만 저들에게는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는 일상이다. 여유를 즐기며 살아가는 밴쿠버인의 일상.






밴쿠버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겨울에는 해가 짧다. 여름에는 저녁 9시가 되서야 해가 지기 시작하지만 겨울에는 6시 정도가 되면 해가 지기 시작한다. 1월 말의 잉글리쉬 베이, 저 멀리 해가 지면서 하늘과 바다를 붉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개를 데리고 바닷가를 걷는 남자의 모습에서 여유가 느껴진다. 옷을 제법 차려입고 나온 남자의 모습 뒤로 노을이 물드는 바다가 펼쳐져 있으니 사진에서 외국 느낌이 물씬 나는 것 같다. 내 눈에만 그런가? 하하하하하.




통나무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두 여자를 발견하였다. 얼핏 봐서는 한국 사람처럼 보이더라. 노을에 물든 바다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그녀들의 뒷모습이 왠지 모르게 서정적으로 느껴져 사진에 담아봤다.




아까 개를 데리고 바닷가를 걷던 그 남자 같지만 아니다. 하하하하. 이 길을 따라 내려가면 또 다른 해변가인 선셋비치(Sunset Beach)가 나오고, 반대 방향으로 올라가면 밴쿠버의 심장인 스탠리파크(Stanley Park)가 나오게 된다.




바닷가 한 쪽에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심볼이었던 '이눅슈크(Inukshuk)'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이눅슈크는 북극지방에 사는 에스키모 이누이트 족의 전통적인 돌쌓기 풍습을 응용한 것이다. 이 돌무더기의 의미는 사냥 장소나 이정표, 식량창고 등을 표시하는 상징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이눅슈크는 사람을 대신하는 물건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고고학자들은 이누이트 족의 풍슴이 수천 년에 걸쳐 내려왔다고 말한다. 서부 허드슨 만의 아비아트 주변에는 오래된 이눅슈크 돌무더기들이 많이 존대한다고 하는데, 일부는 보트 선착장을 표시하기도 하고, 일부는 북미산 순록 카리보우 떼가 지나는 루트를, 또 어떤 것은 잠자리를 만들기에 좋은 장소를 표시하기도 한다고 한다.


의미야 어찌되었든 간에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로 이 이눅슈크가 밴쿠버 뿐만 아니라 캐나다를 대표하는 상징물이 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때문에 다운타운 내의 호텔이나 공원 등에서도 이 돌무더기 모형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눅슈크 주변에도 역시 많은 벤치가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울에서는 느낄 수 없던 여유들이 보였다. 왜 밴쿠버가 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고 하는지 이곳 잉글리쉬 베이에 오니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저 멀리 빌딩들 뒤로 눈 덮인 산이 보인다. 마치 합성을 해놓은 것 같지만 실제 모습이다. 그라우스 마운틴인가? 사이프러스 마운틴인가? 정확하게 어떤 산인지는 모르겠다. ㅡ.ㅡ;;




해는 어느새 저물었고, 쌀살한 1월의 잉글리쉬 베이에서 맞이하는 저녁은 한산하기만 하다.






잉글리쉬 베이를 따라 나있는 길은 스탠리파크와 연결되어 있다.




잉글리쉬 베이를 따라 걷다보니 스탠리파크 앞에 도착하였다. 스탠리파크를 다 둘러보기 위해서는 2시간 이상을 걸어다녀야 하는데, 이미 날이 어두워졌기에 나는 이날 스탠리파크의 한 부분만을 둘러보고는 숙소로 돌아갔다.






오오 새들이다. 오리인가? 아니면 다른 종류의 바닷새인가? 아무튼 이녀석들은 사람이 무섭지 않은지 내가 가까이 걸어가도 놀라는 기색 하나 없이 자기들 할 일에 열중이었다. 잠시 새를 구경하다가 날이 많이 어두워져 나는 유스호스텔로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다음에 다시 와서 스탠리파크를 제대로 둘러볼 생각이었다.





밴쿠버는 겨울이 되면 거리에 사람들이 금방 사라진다. 한국과 달리 밤새도록 운영하는 술집도 없고, 술에 취해 길거리에서 새벽을 지새는 사람들도 보기 힘들다(하지만 거지들은 무척이나 많다). 저녁 식사와 함께 맥주를 즐기고 너무 늦지 않게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바로 밴쿠버인들이다. 때문에 금방 어두워지는 겨울에는 밤 10시 정도가 되면 길거리에 사람이 많지 않다.


술을 한 번 마시면 2차, 3차까지 가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 한국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밴쿠버란 도시는 심심하고 따분할 수 있다. 뭐 어느 정도 심심하고 따분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름 장점이 많은 문화이기도 하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더 많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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