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밴쿠버/다운타운] 밴쿠버정착기 (4) - 캐나다 플레이스와 자파독 핫도그
나는 처음 1주일 정도를 유스호스텔에 머물다가 집을 구했고, 본격적인 밴쿠버 생활을 시작하였다. 내가 처음 살았던 집은 콜하버(Coal Harbour) 지역의 새로 지어진 아파트였는데, 우리집은 17층에 있어 전망도 나름 괜찮았다. 게다가 아파트 뒷편은 바로 콜하버였고, 스탠리파크까지는 5분이면 걸어갈 수 있었다. 나는 이 아파트에서 3개월 정도를 지내다가 같은 회사에 다니는 Jimmy 형과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로 들어왔다. 하하하하하. 밴쿠버의 월세는 진짜 비싸다. 흑흑 ㅠ.ㅠ
밴쿠버에 도착하여 집을 구했으니 드디어 우편물을 받을 수 있는 정식 주소를 갖게 되었다. 때문에 내가 가장 먼저 한 것은 바로 SIN 신청을 하는 일이었다. SIN(Social Insurance Number)이란, 캐나다 시민권자나 영주권자, 혹은 임시거주자이지만 취업비자(Work Permit)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부여받는 사회보장번호이다.
SIN을 신청하기 위해 나는 해스팅스 거리(Hastings St.)에 있는 Service Canada Centre를 찾아갔다(주소 : Sinclair Centre, Suite 415, 757 Hastings St., Vancouver, BC). Service Centre의 업무가 거의 끝날 때 즈음에 도착한 나는 그 안에 있던 사람들 중에 가장 마지막으로 SIN을 신청했다. SIN 카드는 신청한 이후 10일 이내에 집으로 우편 발송된다고 한다. 나는 친절한 직원 덕분에 어렵지 않게 신청을 마칠 수 있었다.
다운타운의 거리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일단 거지들이 제일 많고, 그 외에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 그림을 그리는 사람, 손금을 봐주는 사람, 노래를 하는 사람, 온 몸을 금색으로 칠하고 로봇흉내를 내는 사람 등 부류도 다양하다. 이들 대부분이 원하는 것은 결국 우리 주머니에서 돈이 꺼내지는 것이다. SIN을 신청하던 날, Sinclair Centre 앞에는 섹소폰을 부는 사람이 있었다. 훌륭한 연주는 아니었지만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기에는 제법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집에서 조금 늦게 나왔던지라 금새 날이 저물고 있었다.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고, 도로는 퇴근하는 사람들의 차로 조금씩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밴쿠버 다운타운은 작기 때문에 평소 한국처럼 숨 막히는 듯한 교통체증을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렇듯 퇴근시간에는 다운타운을 빠져나가는 길목에서 어느 정도 정체 현상이 나타나곤 한다.
집으로 가는 길에 캐나다 플레이스(Canada Place)를 지나쳤다. 캐나다 플레이스는 지난 1986년 밴쿠버 엑스포가 개최되었던 전시장으로, 현재는 개조하여 국제회의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붕은 범선의 마스트와 돛을 형상화 한 독특한 형태이며, 밴쿠버 해안선의 이채로운 풍경을 연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건물 내부에는 대형 스크린의 아이맥스 영화관이 있고, 국제회의장으로 사용되는 부분은 일반인들이 이용할 수 없다.
그리고 귀 기울일만한 것은 바로 매년 7월 1일 캐나다데이(Canada Day)에 이곳에서 화려한 불꽃쇼가 열린다는 것이다. 나도 올해 7월 1일에 캐나다 플레이스에서 불꾳쇼를 봤는데, 꽤 볼만하더라. 사람들도 바글바글한게 축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근데 나는 개인적으로 여의도에서 열리는 불꽃축제가 더 괜찮은 것 같다.
저기 바다 건너 산 위에 불이 켜져있다. 보아하니 스키장인 것 같다. 밴쿠버 주변에는 그라우스 마운틴, 사이프러스 마운틴, 휘슬러 마운틴, 블랙콤 마운틴 등 여러 스키장이 있다. 슬로프도 한국보다 크고, 설질이 매우 좋기 때문에 겨울이면 스키나 보드를 즐기는 사람들로 스키장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특히 그라우스 마운틴은 다운타운에서 30분 정도면 갈 수 있기 때문에, 겨울에 다운타운에서는 보드나 스키를 들고 다니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왜냐고? 집에서 보드복 입고 보드 들고 나와서 버스 타면 스키장 갈 수 있으니까. 하하하하하.
캐나다 플레이스에서 혼자 셀카를 찍어주셨다. 캐나다에 와서 찍은 사진들 중에는 내 사진은 별로 없다. 여행을 즐기다보면 내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보고 있는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절대로 찍어줄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다. 나는 트라이포드를 가지고 있어 혼자서도 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남자니까. 하하하하하.
캐나다 플레이스 앞 광장에 있는 인포메이션 센터다. 여행객들이나 캐나다 플레이스를 찾는 사람들에게 여러가지 정보를 제공해 주는 곳이다. 밤이 되면 사진처럼 조명이 들어오는데, 여러가지 색깔의 조명이 번갈아가면서 들어와 밤에도 눈에 잘 띈다.
캐나다 플레이스의 왼쪽에는 밴쿠버 컨벤션 센터(Vancouver Convention Centre)가 있다. 캐나다 플레이스와 떨어져 있지만 엄연히 캐나다 플레이스에 속해 있는 건물이다. 캐나다 국내외의 다양한 행사가 이곳에서 열린다.
밴쿠버 컨벤션 센터 로비의 천장에는 커다란 지구가 매달려 있다. 사진에서 보던 지구의 모습과 똑같은 모습이다. 크기도 꽤나 크기 때문에 멀리서도 한 눈에 보인다. 다른 사람들 눈에도 신기해 보였는지 내가 사진을 찍는 동안 내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사진을 찍고 있었다.
어느새 저녁이 되어버렸고, 점심을 언제 먹었는지 까먹은 나는 다시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뭔가 맛있는걸 먹고 들어가고 싶은 생각에 일단은 랍슨 스트릿(Robson St.) 쪽으로 걸어갔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랍슨 스트릿(Robson St.)과 리차드 스트릿(Richard St.)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자파독(Japadog)에 갔다. 자파독은 일본식 퓨전 핫도그 전문점인데, 원래 길거리에서 시작했던 것이 번창하여 이렇게 매장까지 냈다고 한다. 이곳 뿐만 아니라 밴쿠버 거리 여러곳에 자파독을 파는 노점들이 있다.
자파독은 일본식 핫도그로 유명하다. 오꼬노미야끼, 데리야끼, 네기마요(양파마요), 오로시(갈은 무) 등 다양한 스타일의 일본식 핫도그를 팔고 있다. 감자튀김도 맛이 괜찮은데, 버터&소유(간장), 데리야끼, 치킨&갈릭 등 다양한 맛이 있다. 하지만 가격은 무서운 편이다. 비싼 놈은 핫도그 하나에 한국 돈으로 7000원이나 받는다. 헐, 대박.
나는 데리마요 핫도그와 버터&소유 감자튀김, 콜라가 포함된 콤보를 주문하였다. 택스까지 9불 가까이 되는 가격이지만 그래도 맛있다. 먹기 전엔 비싼 것 같고, 먹을 땐 비싼 것 같지 않다가, 먹고 나면 다시 비싼 것 같은 음식이다. 하하하하. 정말 정확한 표현이다.
다른 길거리 핫도그보다 역시 맛있다. 나중에 데리야끼 소스를 사서 집에서 똑같이 만들어봤는데 맛이 거의 비슷했다. 한 번 집에서 만들어 먹어보니 가서 사먹는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 15불이면 집에서 10개나 만들어 먹을 수 있으니까. 역시 밴쿠버는 집에서 만들어 먹는게 싸다. 내가 바로 핫도그왕.
자파독 옆에는 대형 한인마트인 한아름마트(H-Mart)가 있다. 지금이야 너무 익숙해서 지겹기까지 한 곳이지만, 밴쿠버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한글간판이 어찌나 반갑던지. 외국에서 한글을 본다는건 역시나 반가운 일이다.
한아름마트는 북미 전역에 뻗어있는 대형 한인마트 체인이다. 다운타운에 한인마트는 여기 한 곳밖에 없기 때문에 다운타운 뿐만 아니라 노스밴쿠버에 사는 한국인들도 일주일에 한두번은 꼭 들리는 곳이기도 하다.
한아름 마트1층에는 외환은행도 있다. 나는 BMO(Bank of Montreal) 계좌를 사용하고 있는데, 해외 송금이 잦은 유학생들의 경우에는 대부분이 외환은행을 이용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송금을 받는 문제가 아니라면 굳이 외환은행을 이용할 필요는 없다. 나는 오히려 BMO나 TD, RBC 등의 현지 은행을 이용하는 것을 더 추천한다. 아무래도 외환은행은 다운타운에 딱 한 곳 있다보니 사람이 몰리는 시간에는 돈을 찾거나 다른 은행 업무를 보는 것이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혹시나 영어 때문에 불안하다면, 버라스 스트릿(Burrard St.)에 있는 BMO 지점에는 한국인 직원이 있으니 한국어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자파독에서 핫도그를 맛있게 먹은 나는 부른 배를 움켜쥐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하루하루 밴쿠버 생활이 익숙해 지고 있었다. 역시 나는 적응력이 빠른 동물이다. 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