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레시피/볶음] 맛도 모양도 일품인 닭모래집(닭똥집)볶음
요 며칠 계속 술이 당긴다. 이유는 비밀이다. 지난 금요일에는 왠일로 같이 사는 Jimmy 형도 술 한 잔 생각이 난다고 하여 퇴근하는 길에 같이 장을 봐서 집으로 들어갔다. 마트에 들러 뭘 해먹을지 고민하다가 오랜만에 닭모래집(닭똥집)볶음을 해먹기로 했다. 내가 집에서 닭똥집을 볶고 있는 동안 Jimmy 형은 나가서 술을 사왔다. 그 날 밤 닭똥집과 함께 마시기 위해 형이 사온 술은 겟케이칸(월계관) 사케 1.5L짜리였다.
한아름마트에서 닭똥집 한 팩을 샀다. 한 팩에 가격은 3.59달러. 밴쿠버의 물가를 감안하면 정말 저렴한 안주거리이다. 두 팩을 살까 하다가 너무 많을 것 같아 욕심 버리고 한 팩만 사왔다.
* 재료 : 닭모래집(닭똥집), 양파, 당근, 파프리카, 매운고추, 다진마늘, 후추가루, 깨소금
먼저 닭똥집은 깨끗하게 씻어 먹기 좋은 크기로 손질한다. 팩에 들어있을 때는 양이 적은듯 보였는데, 막상 이렇게 손질을 하고 보니 야채와 함께 볶으면 3~4명이 먹기에도 충분한 양이더라.
손질한 닭똥집을 뜨거운 물에 살짝 삶아준다. 이렇게 하면 불순물도 모두 걸러지고, 무엇보다 볶았을 때 더 쫄깃쫄깃하기 때문이다. 냄새를 없애기 위해 후추가루를 넣고 삶았다. 원래 고기 등을 삶을 때에는 청주와 통후추 등을 넣어서 냄새를 제거하지만 집에 없다. 우리 집에는 없단 말이다. 그렇다고 사기는 돈이 아깝다. 때문에 나는 그냥 후추가루나 마늘, 혹은 커피를 조금 넣어 냄새를 제거한다.
닭똥집을 삶는 동안 야채를 깨끗하게 씻어 준비한다. 나는 집에 남아도는 양파와 베이비당근, 그리고 매운고추와 파프리카를 넣기로 했다. 이 외에도 식성에 따라 양배추나 대파 등을 넣어도 상관 없다.
깨끗하게 씻은 야채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준다. 나는 닭똥집볶음과 같은 볶음요리를 할 때에는 야채를 큼직하게 써는 편이다. 그래야 닭똥집과 마찬가지로 야채도 씹는 맛이 나기 때문이다. 또한 야채를 잘게 썰면 나중에 다 볶았을 때 젓가락으로 먹기가 너무 불편하다. 뭐 숟가락으로 퍼먹을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상관 없다. 하하하하.
어느 정도 닭똥집이 삶아졌으면 물을 버리고 찬물로 한 번 헹궈준다. 얼마나 삶아야 닭똥집이 적당히 익는지 궁금한가? 그것을 알아내는 것은 당신의 몫이다. 이 정도도 스스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음식을 만들 자격이 없다.....는 개뿔. 그냥 뭐 끓는 물에 10분 정도 삶아주면 된다.
달군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썰어놓은 야채와 다진마늘을 넣고 볶아준다. 빨리 익는 야채부터 볶아야 한다느니, 마늘을 먼저 볶아서 향을 내야 한다느니 하는 소리는 무시한다 . 나는 배가 고프니까 만드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하하하하. 그냥 막 볶는거다.
내친김에 닭똥집도 넣고 같이 볶아준다. 옛말에 야채에 다진마늘에 닭똥집이 뒤섞여 몸부림 칠 때 비로소 맛 좋은 닭똥집이 완성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뻥이다. 소금과 후주를 조금씩 뿌려서 맛있게 볶아준다.
닭똥집을 볶는 순간부터 우리는 야채가 아닌 닭똥집에 집중해야 한다. 야채는 알아서 혼자 잘 익으니 닭똥집이 잘 익었나 확인해야 된다. 가스레인지에 불을 끌 때가 언젠지 아는가? 바로 닭똥집이 익었을 때이다.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바로 사람에게 잊혀질 때다. 하하하하. 원피스 사랑합니다. 닭똥집이 골고루 익으면 드디어 닭똥집볶음 완성이다.
맘에 드는 접시에 담아 깨소금 살살 뿌려주면 맛도 좋고 색깔도 예쁜 닭똥집볶음 완성이다. 빨간 파프리카와 녹색의 매운고추, 양파와 주황색의 당근을 넣었더니 색깔이 꽤나 예쁘다. 하하하하하. 이거 한 접시면 사케 1.5L 쯤이야 술도 아니지.
약간 싱거운 것 같아 찍어먹을 기름소금장을 만들었다. 참기름에 소금과 후추가루 넣으면 끝. 집에 종지가 없어서 사케를 마실 때 쓰는 잔에다가 기름소금장을 만들었는데, 제법 어울린다. 하하하하.
한 젓가락 하실라우??
결국 이 날 저녁 Jimmy 형과 나는 겟케이칸 사케 1.5L를 모두 비웠다. 형은 3분의 1 정도를 마신 것 같고, 나머지는 아마 내가 다 마셨을 것이다. 하하하하하하. 슬프니 술 푸고, 술 푸니 슬프지만 닭똥집볶음은 여전히 맛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