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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따라 국내여행/2009. 정읍/목포/해남

[국내여행/목포/외달도] 쓸쓸함 안고 무작정 떠났던 여행길의 추억 (13)



외달도에서의 이튿날. 내가 조금은 심심해 보였는지 민박집 아저씨께서 낚시나 하고 오라며 낚시대와 미끼를 내주셨다. 야호, 바다낚시다. 간만에 낚시대를 잡아볼 생각에 한껏 기분이 들떴다. 게다가 우럭같은 놈이라도 건져 올리면 회에 소주 한 잔 할수 있을 터이니 얼마나 좋은가. 횟감이다~ 진짜 횟감이 나타났다~!! 하하하하하하.






낚시대에 새 낚시줄을 걸고, 지렁이도 준비했다. 이번 글에는 혐오 표시를 해야 되는건가? 지렁이는 생김새가 징그럽긴 해도 인간에게 참으로 유익한 동물이다. 흙 속의 세균이나 박테리아, 식물의 부스러기 또는 동물들의 배설물 따위를 먹어 좋은 거름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또한 제 한 몸 희생하여 바다로 뛰어들어서는 싱싱한 횟감을 선사해주기도 하니 말이다. 






나와 함께 바닷가로 나간 아저씨께서 먼저 시범을 보여주신다. 민박집 앞 바다에서는 보통 우럭이 잘 잡힌다고 한다. 때문에 아저씨가 먼저 한 마리 건져 올리실 줄 알았는데 낚시대만 내 손으로 돌려주시더라. 내게 이런 저런 팁을 알려주시고 아저씨는 다시 일을 보러 돌아가셨다. 나는 혼자 남아 낚시를 즐기기 시작했다. 날씨도 좋고, 큰 놈 한마리 건져 올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가시질 않았다. 낚시는 원래 욕심 부리면 안되는데.




외달도에 있는 동안 날씨는 너무도 좋았다. 낚시를 하면서도 가끔씩 찌보다 눈부신 바다에 넋을 잃었다. 바다는 아름다웠지만 결국 내게 선물을 주지는 않았다. 4시간 정도 바다에 낚시대를 드리웠는데 어떻게 한 마리도 잡히지 않을 수가 있을까. 역시 난 안되는걸까? 하아.... 결국 나는 낚시대만 들고 민박집으로 돌아왔다.




빈 손으로 돌아온 나를 보며 아저씨께서 어찌 한 마리도 못 낚았냐며 의아해 하시더라. 원래는 잘 잡히는 곳이라 아이들도 나가면 한 마리 이상은 건져 올린다던데. 하아...마음이 쓰렸다. 아주머니께서 주신 저녁밥과 함께 쓰린 맘을 달래기 위해 소주 한 잔 기울였다. 생선구이에 소라가 들어간 된장찌개까지 역시 맛이 일품이다. 하하하하하.




외달도에 온지 3일째 되는 날, 나는 외달도를 떠나 다시 다른 곳으로 가기로 했다. 이번에도 역시 어디로 갈지는 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조금 늦은 아침에 민박집에 나오려는데 아주머니께서 밥 먹고 가라며 계속 잡으시더라. 나는 괜찮다며 겨우 인사를 하고는 다시 꼭 놀러오겠다고 말을 전하고 선착장으로 나와 목포로 나가는 배를 기다렸다.






잠시 후 목포로 나가는 배가 들어왔다. 뱃고동 소리가 울린 후부터 외달도가 조금씩 멀어져갔다. 계획에도 없이 갔던 곳이지만 정말 기억에 많이 남는 곳이다. 아마 민박집 아주머니나 아저씨가 나를 기억할리는 없을거다. 1년에도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 보내시는 분들이시니까. 그래도 다시 한 번 가서 반갑게 인사를 전하며 옛날 이야기를 늘어보고 싶다. 이번 여름에 시간이 된다면 이번에는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가도록 해야겠다.






저 멀리 배가 한 척 보인다. 퀸 매리 호라고 써있는 것을 보니 왠지 여객선 같다. 어느 나라에서 온 배일까? 한국 배인건가? 이렇게 내가 혼자 여행을 하고 있는 순간에도 누군가는 가족들과, 친구들과, 연인과 세계 곳곳을 누비며 여행을 하고 있겠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살다보니 여행이란 것이 별 것 아닌 것 같은데도 어느덧 선망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그냥 떠나면 되는데, 그렇게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걸리는 것이 너무 많아져 버렸다. 나도 너무 커버렸고, 세상도 너무 복잡해져버렸다. 살기 힘든 세상이다.




유달산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목포 여객 터미널에 다시 도착했다. 이제 어디로 향할지 다음 목적지를 정해야 했다. 어디로 갈까? 나는 대한민국 지도를 잠깐 들여다 보았다. 지도를 훌던 중 '해남'이란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정했다. 다음 목적지는 해남이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였기에 해남으로 이동하여 땅끝마을까지 가보기로 마음 먹었다.




역시나 이번에도 무작정 해남으로 향했고, 해남에서 다시 땅끝으로 가는 버스표를 끊었다. 나름 재미있었다. 버스 한 번 타면 목포였고, 해남이었다. 내가 가려고 하는 곳이 싫다는 사람도 없었고, 옆에서 다른데 가자거나 혹은 피곤하다며 걸음을 늘어지게 하는 이도 없었다. 혼자 하는 여행은 이런 점이 좋다.


버스는 땅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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