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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사는 이야기/와인/술

[일본술/사케] 얼큰한 된장찌개와 함께 마신 겟케이칸 사케(Gekkeikan Sake)



10월 중순에 접어드니 밴쿠버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날씨가 꽤 쌀쌀해졌다. 그래서인지 어제는 낮부터 따뜻한 국물에 사케 한 잔이 생각 나더라. 결국 나는 퇴근길에 마트에 들러 된장찌개를 얼큰하게 끓일 생각으로 두부와 감자, 양파 등을 샀다. 물론 비씨 리큐어 스토어(BC Liquor Store)에 들러 사케도 한 병 샀고 말이다. 하하하하하.





어젯밤 나와 함께한 녀석이다. 겟케이칸 사케(Gekkeikan Sake) 750ml. 750ml 한 병에 10불이 조금 넘는 저렴한(?) 가격 때문에 내가 밴쿠버에서 가장 즐겨 먹는 사케다(참고로 밴쿠버에서는 참이슬 소주 한 병이 10불이 넘는다).


도수는 14.6%로 맥주나 와인보다 높고, 소주보다는 낮다. 확실히 고급 사케보다 단 맛이나 구수함 등이 떨어지지만 그래도 부담 없이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술이다. 겟케이칸 사케가 캐나다나 미국, 한국에서도 인기가 좋은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니까 . 밴쿠버 다운타운에 있는 왠만한 이자카야나 한국 식당에서 사케를 주문하면 나오는 것도 대부분이 바로 이 겟케이칸 사케다.





* 사케(Sake, Japanese Rice Wine)란?


: 쌀을 누룩으로 발효시킨 후 여과하여 맑게 걸러낸 술이다.


사케()는 원래 일본에서 술을 총칭해서 쓰는 말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위스키나 와인, 맥주 등과 같이 일본 술이라는 뜻으로 보통 명사화 되었다. 사케는 '니혼슈()'라고도 하는데, 쌀로 빚은 일본식 청주를 말한다. 흔히 우리나라에서 정종()으로 알려져 있는데, 일본식 발음으로 마사무네()는 사케 브랜드 중의 하나이다. 일제 강점기 때 한 일본인이 부산에 최초로 청주 공장을 세웠는데, 이곳에서 만들어진 청주 브랜드가 정종()이었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정종()이 사케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것이다.


사케는 우리나라의 청주와 맛에 차이가 있는데, 이는 주원료인 쌀과 누룩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술을 만들기 위한 쌀을 별도로 재배한다. 또, 밀로 누룩을 만드는 우리 술과 달리 쌀로 누룩을 만든다는 점이 다르다. 지역에 따라 제조되는 사케의 종류는 천차만별이며, 그 가격도 수 백만원을 호가하는 사케도 많다.


고가의 사케는 와인처럼 일련번호와 함께 제조회사, 제조산지, 출하연도, 도수, 재료명 등의 라벨이 붙어져 있다. 고가의 사케일수록 병의 색이 짙은데, 뒷맛이 부드럽고 향기가 짙다. 일반적으로 사케는 데워먹는 걸로 알려져 있지만, 차게 해서 마시는 것이 사케의 향을 음미할 수 있다. 보통 봄과 여름에는 차게 해서 마시고, 가을과 겨울에는 약간 데워서 마신다. 데워서 마실 경우에도 고온으로 데우는 것보다는 사람 체온 정도로 따뜻하게 데워서 마시는 것이 좋다.


- 출처 : 네이버 백과사전 -







나는 보통 집에서 겟케이칸 사케를 마실 때 차갑게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어제도 역시 사케를 사오자마자 냉동실에 넣었다. 빨리 차갑게 해서 빨리 마셔야 하니까. 하하하하하하.



된장찌개를 끓이는 동안 식탁에 잔을 준비했다.  원래 사케 잔은 더 작아야 하는데 집에 사케 잔이 없다. 사진에 보이는 잔 크기는 보통 사케 잔의 3배 정도 되는 것 같다. 그래서 항상 저 잔에 술을 마실 때에는 금방 취기가 오른다. 작이 크던 작던 술은 원샷을 해야 제 맛이니까.




집에 오자마자 사케를 냉동실에 넣고는 된장찌개를 끓이기 시작했다. 큰 냄비에 멸치와 해물로 육수를 우려내고, 거기에 된장 풀어서 순식간에 된장찌개를 끓였다. 감자 넣고, 양파 넣고, 호박 넣고, 두부 넣고 바글바글 끓여준다. 얼큰한 맛이 땡겨서 매운 고추 송송 썰어 넣어주시고, 고추장 한 숟가락과 고춧가루도 조금 넣었더니 순식간에 얼큰한 된장찌개가 완성되었다. 완전 맛있었다. 난 내가 만드는 음식이 너무 좋다. 너무 맛있거든. 하하하하하하하.


 

된장찌개가 다 끓여지고 나서 드디어 첫 잔에 사케를 채웠다. 쌀로 빚은 사케 특유의 맑은 색이다. 겟케이칸 사케는 향이 그리 진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술잔을 가만히 코 끝에 대면 은은한 향이 코 끝을 타고 올라온다. 청하 스타일의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술이다.





작은 개인 그릇에 된장찌개를 먹을만큼 담았다. 양파랑 호박이랑 두부랑 다 적당히 익었다. 국물도 얼큰한 것이 이만한 술 안주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것이 집에서 마시는 술의 즐거움이 아닐까.




된장찌개를 담은 작은 플라스틱 그릇 옆에 술 잔을 놨더니 크기가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아, 술잔이 무식하게 큰건지, 그릇이 작은건지 헷갈린다. 이렇게 보니까 술 잔이 아니라 무슨 밥그릇처럼 보인다. 실제로는 저런 비율이 아닌데 사진이 착시현상을 일으키게끔 나온 것 같다. 하하하하하.


결국 어제는 나 혼자서 750ml 사케 한 병을 다 비웠다. 먹다보니 다 마시게 되더라. 술을 다 비우니 피곤함이 몰려왔다. 적당히 알딸딸하게 취기가 오른 것이 그대로 잠 들기에 딱 좋았는데, 문제는 된장찌개를 너무 많이 먹어서 배가 부른 것이었다. 나는 불룩하게 나온 배를 움켜쥐고 컴퓨터 앞에 앉았고, 어느 정도 소화를 시킨 후에야 잠에 청할 수 있었다. 






* 겟케이칸(月桂冠) 사케가 미국산?


사케는 대표적인 일본 술이지만 사케가 일본에서만 생산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유명 사케 브랜드들은 쌀 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미국에 공장을 지어 제품을 생산한 뒤 수출하곤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소비되는 사케 10병 중 1병은 미국산이라고 한다.


'월계관'으로 잘 알려진 겟케이칸 사케는 한국에서나 캐나다에서나 대중적인 사케이다. 겟케이칸의 제품 중에 '준마이 750' 병에는 캘리포니아에 소재한 '겟케이칸 사케 USA'가 생산/병입했다고 표시되어 있다. 말 그대로 '미국산 사케'인 셈이다. 한국에서는 '젠니혼주류'가 이를 수입해서 판매하고 있는데, 겟케이칸 준마이 750 외에 나머지 겟케이칸 제품은 모두 일본에서 들여온다고 한다.


'겟케이칸 사케 USA'는 360년 전통의 사케 업체인 겟케이칸이 미국에 세운 법인이다. 겟케이칸이 해외 시장에 전략적으로 진출하고자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 공장을 지었다고 한다. 때문에 일본의 전통 술인 사케가 미국에서 생산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기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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