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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따라 해외여행/2011. 밴쿠버정착기

[해외여행/밴쿠버/다운타운] 밴쿠버정착기 (2) - 예일타운과 데니스(Denny's) 버거



한국을 떠나 밴쿠버에 도착하여 점심까지 해결한 나는 이제 다운타운에 있는 유스호스텔로 향했다. 다운타운 내에는 두 개의 유스호스텔이 있는데, 나는 그 중 써로우 스트릿(Thurlow St.)과 버나비 스트릿(Burnaby St.)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호스텔을 예약하였었다.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 알아봤던 결과, 그랜빌 스트릿(Granviile St.)에 위치한 유스호스텔은 주변에 술집이나 클럽이 많아 저녁에 다소 시끄러울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조용한 숙소를 원하는 사람은 써로우 스트릿(Thurlow St.)과 버나비 스트릿(Burnaby St.)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호스텔을, 밤 문화를 가까이서 즐기고 싶은 사람은 그랜빌 스트릿(Granviile St.)에 위치한 호스텔을 추천하는 바이다.






내가 예약한 유스호스텔은 큰 길가가 아닌 주택가 사이에 위치하고 있었다. 때문에 바로 앞에서 간판을 보기 전까지 나는 그저 아파트인 줄만 알았다. 얼핏 보기에 그리 최신식 시설은 아닌 듯 했다.






입구 옆에 붙어 있는 현판을 보니 1996년 9월 21일에 오픈했다고 적혀있다. 오픈한지 아직 5년 정도 밖에는 되지 않은 것이다. 근데 생각보다 외관이 많이 낡아보이는 것은 왜일까? 어차피 고급 호텔이 아니라 저렴한 가격으로 여행객들이 묵을 수 있는 호스텔이기에 나는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었다. 가격 대비 만족.








입구에 들어서자 벽면에는 여러 정보지가 붙어있었고, 한 켠에는 무료 잡지와 신문들이 있었다. 보드에는 주로 룸메이트나 아파트 입주자를 찾는 정보 등이 붙어 있었다.




나는 1층에 있는 데스크에서 예약 정보를 체크한 후 방 카드키를 받았다. 내가 묵었던 방은 2층에 위치한 215였다. 한국에서 유스호스텔 회원 카드를 만들었던지라 예약 시에 할인을 받을 수 있었는데, 할인을 받아 하룻밤에 약 32불 정도를 지불했던 것 같다. 


1층 로비에는 쇼파와 대형 벽걸이 TV가 있었고, 여행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들도 모두 1층에 있었다. 주방과 함께 있는 다니잉 룸, 공부를 할 수 있는 스터디 룸, 영화를 볼 수 있는 무비 룸, 포켓볼과 테이블 사커 등을 즐 길 수 있는 게임 룸 등이 그것들이다.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니 제법 괜찮은 시설이다. 아, 물론 데스크에 비밀번호를 물어보면 방에서 무료로 무선 인터넷도 이용이 가능하다.


주방은 꽤 넓은 편이며 24시간 오픈되어 있다. 때문에 투숙하는 여행객들이 직접 재료를 사와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다. 물론 모든 식기구들도 준비되어 있으며, 사용한 후에 각자 설거지를 하여 다시 제자리에 놓으면 된다. 모든 투숙객들에게는 아침 식사도 제공되는데, 정해진 시간에 식당으로 내려가면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고 각자 알아서 먹을만큼 몇 번이고 가져다 먹으면 된다. 이 시간이 유스호스텔에 묵는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가장 쉬운 시간이기도 하다. 아침 메뉴는 어려 종류의 빵과 머핀, 오트밀, 그리고 사과나 오렌지 등의 과일이 있고, 음료는 우유와 물, 커피, 오렌지 쥬스와 사과 쥬스 등이 있다. 




카드키를 받아 2층으로 올라오니 방 앞에 저녁 11시부터 오전 7시까지는 입 다물고 잠이나 자라고 적혀 있다. 찍소리라도 하면 가만 두지 않을테니 알아서 하라는 의미다. 나는 직역보다는 의역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 하하하하하하하하.




넓지 않은 방에는 2층 침대 두 개와 개인 사물함, 그리고 책상 하나가 겨우 들어가 있다. 나는 처음 머무는 3일 정도는 흑인 청년 한 명과 백인 할아버지 한 명, 그리고 참 깐깐한 유럽계 청년 한 명과 방을 사용했다.




나는 창가 쪽 침대 2층을 사용했다. 내 밑에는 깐깐하다던 유럽계 청년이 사용했는데, 참 별 것도 아닌걸로 방을 같이 쓰는 사람들에게 컴플레인을 했다. 그러다 결국 하루는 흑인 청년과 시비가 붙었는데, 이는 흑인 청년의 승리로 끝났다. 외소한 체구의 유럽 청년에 비해 흑인 청년은 키도 크고 덩치도 좋았다. 때문에 '왓더헬'을 외치는 흑인 청년 앞에서 시끄럽던 백인 청년은 조용해졌고, 그날 밤 그는 3층으로 방을 옮겼다. 




사물함은 잠금 장치가 따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나는 원달러샵에 가서 자물쇠를 하나 사와야 했다. 배낭 정도는 충분히 들어갈 수 있지만, 작은 캐리어 등은 들어가기 힘든 크기다. 때문에 나는 중요한 물건만을 사물함에 넣고 캐리어는 방 한 켠에 고이 모셔두었다.


아, 그리고 화장실에 대해서 덧붙이자면 한 층에 한 개의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이 있으며, 샤워실도 함께 딸려 있다. 시설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따뜻한 물은 콸콸 잘 나오더라. 편했던 점은 수건을 무료로 빌려준다는 것이다. 1층의 데스크에는 24시간 내내 직원이 있는데, 언제든 수건이 필요할 때 내려가 달라고 하면 샤워 후에 몸을 가릴 수 있을 정도의 큰 수건을 받을 수 있다.


유스호스텔에 짐을 푼 첫 날, 나는 하기승 사범님과 노스 밴쿠버(North Vancouver)로 건너가 커피 한 잔을 하며 담소를 나눈 뒤 다시 돌아와 일찍 잠을 청했다. 비행기에서 잠을 통 이루지 못한 터라 몹시 피곤했다. 하지만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하겠더라. 아무래도 말로만 듣던 시차적응 때문이었던 것 같다. 결국 다음 날 아침, 나는 유스호스텔에서 제공되는 아침을 먹지 못했다. 눈을 떠보니 이미 식사 시간은 지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역시 먹는 것보다 잠이 좋다. 




밴쿠버에서 맞는 두번째 날, 나는 옷을 챙겨 입고 호스테를 빠져 나와 다운타운을 한 번 돌아보기로 했다. 호스텔 데스크에 있던 다운타운 맵 하나가 나의 이정표가 되어줬다. 다운타운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나는 일단 무작정 걸어보기로 했다. 가장 길을 빨리 외우고 적응하는 방법은 직접 지도를 보고 걸어다니며 둘러보는 것이니까 말이다. 


호스텔 근처에는 '단성사'라는 작은 한국 식당이 있다. 아직 오픈 시간이 아니라 문은 닫혀 있었지만, 타지에서 한글을 본다는 것은 역시 반가운 일인 것 같다. 






다운타운은 크게 예일타운(Yale Town), 콜하버(Coal Harbour), 웨스트엔드(West End), 개스타운(Gas Town), 그리고 차이나타운(China Town)으로 나뉘어 진다. 호스텔이 위치한 곳은 웨스트엔드에 속한다. 지금이야 밴쿠버에 대한 설레임은 사라지고 동네 같은 느낌 뿐이지만, 처음 다운타운에 왔던 당시에는 모든 것이 낯설고 설레였다.






데비 스트릿(Davie St.)을 따라 콜하버 쪽으로 내려가다 보니 여행객들을 위한 안내판이 서있다. 사진에서 느낌표로 표시되어 있는 곳이 당시에 내가 서 있던 곳이다. 위에 보이는 다운타운 지도는 그리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데, 유스호스텔이나 여행객들을 위한 인포메이션 센터, 여행사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무료 신문 배포대를 거리에 설치해 놓는 것처럼 길 중간중간에 지도를 배포하기 위한 박스가 설치되어 있다. 데비 스트릿(Davie St.)을 따라 잉글리쉬 베이 방향으로 걷다 보면 오른쪽에 로져스(Rogers) 매장이 하나 나오는데, 그 건너편에 지도 배포 박스가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건널목, 신호등, 길을 건너는 사람, 건물 사이의 골목, 자동차, 빌딩 하나하나에 공기까지도 생소하게 느껴졌다. 나는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모습조차도 카메라에 담으며 계속 걸어다녔다. 누군가와 함께 내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은 사진만한 것이 없니까 말이다.




어느 식당 벽에 벽화가 그려져 있다. 아무래도 저 식당이 위치한 골목의 모습을 그대로 그려놓은 듯 하다. 밴쿠버 다운타운의 전봇대는 사진에서 보다시피 나무로 되어 있다. 뭐랄까 오래된 듯하고 낡아 보이지만 한 편으로 자연친화적이고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풍긴다. 난 개인적으로 저런 느낌이 좋다.






데비 스트릿(Davie St.)을 따라 걷다보니 예일타운에 도착했다. 예일타운은 다운타운 내의 부촌이다. 서울로 치자면 강남과도 같은 동네다. 홍콩 부자들의 투자로 인해 집값이 미칠듯이 치솟았다고 한다. 돈 있는 자들의 투자로 인해 돈 있는 자들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당연하지만 씁쓸한 현실이다. 




예일타운은 항구를 끼고 있는데, 큰 배가 아닌 개인 요트들이 무수히 많이 정박되어 있다. 그만큼 부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예일타운에 살지 않는 사람들의 요트도 있겠지만. 웃겼던 것은 요트를 무슨 중고 아이팟 마냥 사고 판다는 것이다. 정박되어 있는 요트에 'SALE'이라는 종이를 전화번호와 함께 적어놓으면 조깅이나 산책을 하던 사람들이 그 앞을 지나다 전화를 건다. 한 대에 1~2억을 우습게 넘길텐데 그냥 그렇게 사고 판다. 아, 나도 돈 벌어서 산책하다가 요트사야지.






예일타운 주변을 천천히 둘러본 아는 걸어왔던 길을 따라 다시 돌아갔다. 아침을 먹지 않았던지라 배고픔이 일찍 찾아왔다. 뭔가 맛있는 것을 먹고 싶더라. 양 많고, 푸짐하고, 기름지고, 맛있는 서양 음식. 나는 아까 호스텔에서 나올 때 근처에 있던 데니스(Denny's)를 떠올렸다. 데니스는 햄버거를 파는 전형적인 미국/캐나다 스타일의 캐쥬얼 레스토랑이다.




나는 데니스에 들어가 배가 고픈 나머지 사이즈를 업 한 버거를 주문하였다. 배고픔에 너무 욕심을 부렸던 것 같다. 사진에 보이는 버거는 실제로 엄청 크고 두꺼웠다. 너무 맛있어 보여 처음에는 다 먹을 줄만 알았는데, 먹다 보니 '아, 크긴 크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 




소고기 패티의 무식한 두께가 보이는가? 정말 장난 아니다. 그릴의 구운 특유의 맛과 향이 입맛을 계속 당겼다. 감자튀김도 짭짤하게 양념된 것이 맛있었다. 근데 정말 크다. 하하하하하하하하. 뭐 가격이 그리 저렴한 편은 아니었다. 밴쿠버 물가가 워낙 비싸기도 하고 말이다. 아마 택스까지 약 16불 정도를 줬던 것 같다. 밴쿠버에서 혼자 처음 사먹은 식사였는데, 내가 팁을 주고 나왔는지 주지 않았는지 기억이 안난다. 팁 문화가 아직 익숙하기 전이었으니 말이다. 






엄청난 포만감에 둘러싸인 나는 데니스에서 나와 잉글리쉬 베이(English Bay)를 향해 걸어갔다. 잉글리쉬 베이는 다운타운에 있는 해변가로 다운타운에 살고 싶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언제든 걸어서 해변가를 갈 수 있고, 모래사장에 앉아 수평선 위로 물드는 노을도 볼 수 있다. 또한 여름에 그곳은 태닝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배가 너무 불러 굴러가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자랑스럽게 구르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고 잉글리쉬 베이를 향했다. 하하하하하. 배가 너무 부를 때는 정말 막 굴러다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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