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날이 좋아 들뜬 마음에 나는 스탠리파크에 가보기로 했다. 시차적응은 이미 완벽하게 끝낸 상태였다. 하하하하하. 나란 남자, 적응력이 월등한 남자. 하하하하하.
산책 삼아 다운타운을 한 바퀴 돌고는 콜하버(Coal Harbour) 방향으로 내려가다가 고향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창문 밖으로 얼굴을 삐죽 내밀고서는 무척이나 따분한 표정을 짓고 있더라. 이 녀석, 지나가는 사람에게는 관심도 안주고 이상한 곳만 쳐다보고 있었다. 고양이는 역시 이렇게 도도한 것이 치명적인 매력이다.
콜하버에 있는 하버그린파크(Harbour Green Park)에 도착했다. 큰 공원은 아니고, 그냥 콜하버에 딸려 있는 작은 공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버그린파크에서 콜하버를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탠리파크(Stanley Park)가 나오기 때문에 공원과 공원 사이의 경계가 약간 무색하기도 하다.
하버그린파크에는 사진에 보이는 큰 조형물이 있었다. 작품의 제목은 'Skin of Time'. 작품 설명을 보니 최태훈이라는 한국 작가의 작품이다. 밴쿠버에서 한국 작가의 작품을 보니 역시나 반갑다. 다운타운 곳곳에는 이렇게 밴쿠버 비엔날레에 출품된 작품들이 설치되어 있다. 모두들 하나같이 독특하기 때문에 사진찍기에 좋은 배경들을 제공한다.
콜하버에는서는 배 뿐만 아니라 수상비행기도 뜨고 내린다. 관광 목적 이외에도 빅토리아 등을 오가는 교통편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 수상비행기를 이용한다. 또한 레저로 즐기는 사람들도 많고 말이다.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번 정도 타보는 것도 추억을 만들기에 괜찮을 것 같다. 아, 물론 나는 타본적 없다. 하하하하. 남들에게 타보라고는 추천할 수 있지만 정작 나보고 타라고 하면 고민을 하게 되는, 뭐 그런 정도라고나 할까?
날씨는 무척 맑았다. 바다 건너편에 있는 산꼭대기의 눈 덮힌 부분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밴쿠버는 겨울이 되면 일주일에 절반 이상은 비가 오는 날씨다. 많이 오는 것도 아니고 하루 종일 부슬부슬, 쓸쓸하게 내린다. 때문에 이렇게 맑은 날이면 모두들 밖으로 나와 광합성(?)을 시작한다. 식물도 광합성, 사람도 광합성, 우리모두 광합성, 쉐킷쉐킷.
가까운 선착장에 작은 요트가 한 대 있길래 구경을 할 요량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오잇. 요트 주인 되십니까? 하하하. 주인은 어디 가고 개 한 마리가 요트에 타고 있었다. 주인 잘 만나면 개도 편하게 요트 타며 즐길 수 있는 세상이다. 하아, 네가 나보다 편하게 사는구나. 부러운 녀석.
콜하버를 따라 스탠리파크로 가는 길에 이상한 오두막이 하나 세워져 있다. 무슨 용도로 언제 세워졌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하지만 그냥 관상용으로 만든 조형물은 아닌 것 같았다. 분명 사진 찍기는 좋아보였지만 아직까지도 뭐 하는 곳인지 참 궁금하다.
콜하버에는 수 많은 요트들이 정박되어 있다. 예일타운(Yale Town)과 마찬가지로 콜하버도 집값이 비싼 구역에 속하며, 때문에 콜하버에는 엄청 비싸 보이는 고급 요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빌딩숲을 배경으로 항구에 정박해있는 요트들의 모습이 밴쿠버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많은 요트들 중에 귀엽게 생긴 요트들 발견. 하하하. 장난감 같아 보이지만 진짜 요트들이다. 집처럼 외관을 꾸며놓은 것이 마치 디즈니 만화에서나 나올 법 하다. 맨 오른쪽은 도날드덕이, 맨 왼쪽은 구피가 살고 있을 것 같다.
콜하버가 끝나는 즈음에 오니 잔디 위에 변을 싸는 듯한 포즈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대체 뭐지??
이것 역시 밴쿠버 비엔날레의 출품작으로 'MEETING'이라는 작품이다. 사람들이 둥글게 모여 쪼그려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재미있게 표현했다. Wang, Shugang이라는 중국 작가의 작품이라고 한다.
콜하버에서 스탠리파크로 이어지는 부근에 사진과 같은 집이 물에 떠있다. 주변에 배들도 있는 것으로 보아 집이나 식당 같아 보이지는 않았고, 뭔가 일을 보는 사무소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아무려면 어떨까, 그저 물 위에 떠있는 모습이 예쁘게 보여 사진에 담았다.
나는 화창한 날의 여유를 만끽하며 계속 스탠리파크를 향해 걸어갔다. 밴쿠버 다운타운은 도시라고 하기에는 너무 공기도 맑고, 바람도 신선하고, 나무들도 많다. 완벽하게 자연친화적인 도시다. 밴쿠버 공항에서 나왔을 때 처음 느꼈던 공기는 아직도 내게 신선한 충격으로 남아있다.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할머니는 벤치에 앉아 개와 휴식을 즐기고 있었고, 물 위에서는 조정을 하는 사람들이 박자에 맞춰 노를 젓고 있었다. 옆에 코치 같은 사람이 있는걸 보면 단순히 취미로 즐기는 것은 아닌듯 했다. 아마도 경기를 하기 위해 연습을 하는 사람들 아니었을까. 한가롭고, 평화롭고, 즐거워 보이는 모습들이다. 날씨 때문인지 하늘 뿐만 아니라 사람들 하나하나가 모두 맑아보인다.
역시나 스탠리파크에 오니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사람, 조깅을 하는 사람, 아이 손을 붙잡고 피크닉을 나온 사람, 친구와 수다를 떨며 걷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 인라인을 타는 사람 등등.
본격적으로 스탠리파크를 둘러보기 전에 길가에 비친 내 그림자 사진을 찍어보았다. 몸매가 그림자처럼만 빠졌어도 좋았을걸. 늘었다 줄었다 하는 내 뱃살은 요즘 들어 자꾸 가로 방향으로만 팽창 중이여서 큰일이다. 하아...세상엔 맛있는 것들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다.
여하튼 나는 스탠리파크를 둘러보기 위해 길을 따라 공원 안으로 계속 걸어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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