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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따라 국내여행/2009. 정읍/목포/해남

[국내여행/내장산/정읍] 쓸쓸함 안고 무작정 떠났던 여행길의 추억 (3)



나는 절이 좋다. 그렇다고 불교 신자는 아니다. 나는 엄연히 크리스찬이다. 하지만 어릴 때는 절에 다녔었다. 하하하하하. 이에 얽인 이야기를 하자면 조금 길다. 어찌됐든 간에 나는 절이 좋다. 절의 그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고, 스님들의 여유로움이 좋고, 불당에서 피우는 향 냄새가 좋고, 목탁 소리가 좋고, 기와가 쌓여있는 절의 지붕이 좋다. 무엇보다 절에서 먹는 밥은 언제나 맛있기 맛있다. 아, 배고프다.




절로 들어가기 위한 첫 관문인 천왕문. 본래부터 절 입구에는 천왕문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이 천왕문을 통과해야지만 절로 들어갈 수 있으며, 천왕문 뒤에는 금강문이 또 있다고 한다. 금강문을 통과하면 그제서야 비로소 절 내부에 닿을 수 있는 것이다. 내장사에도 금강문이 있었는지는 기억이이 안난다. 역시나 비루한 나의 대뇌활동이여.




천왕문 안에는 사천왕이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었다. 지국천왕, 증장천왕, 광목천왕, 그리고 다문천왕. 나중에 사천왕에 대해서 검색을 해보고 나서야 알게된 이야기지만 각 사천왕에는 2종류의 귀신이 붙어 있어 '사천왕 팔부중'이라고 부른다 하더라.




천왕문에 들어간 나는 은근히 사천왕 기에 눌리는 것을 느꼈다. 그냥 큰 조각상일 뿐인데, 나는 죄 지은 것도 없는데 왜 쫄았지? 그냥 표정이 무서워서 그랬던 것 같다. 게다가 올 컬러(???) 버전이니까. 사진으로 봐서는 잘 모르겠지만 각 조각상의 크기는 내 키의 3배 정도 되는듯 보였다. 내가 괜히 쫄았을까, 크니까 쫄지.




절 앞마당에는 작은 연못이 있고, 그 안에는 잉어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근데 문제는 잉어가 아니었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 산에 왔는데 하필 비가 올게 뭐람. 뭐 그래도 걍 조금씩 떨어지는 빗방울이었기에 나는 신경쓰지 않고 계속 구경을 했다. 하늘을 봐서는 큰 비가 올 날씨는 아니였기때문이다.






조금씩 떨어지는 빗방울은 무시한 채 나는 연못이 있는 앞마당을 지나 대웅전 앞까지 들어갔다. 대웅전  앞에는 큰 탑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진신사리탑'이었다.




오오오오오오오!! 진짜 석가모니의 사리를 봉안한 사리탑이라고 한다. 진짜? 진짜?


위 안내판에 따르면 '진신사리탑'은 실제로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3층 석탑이라고 한다. 지난 1997년 범여스님이 조성한 탑으로 1932년 영국의 고고학 발굴조사단에 의해 발굴된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인도의 고승 지나라타나 스님의 주선으로 내장사에 봉안하게 되었다고 한다. 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






진신사리탑은 대웅전 앞 마당 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다. 절을 둘러싸고 있는 산봉우리들을 배경으로 서있는 진신사리탑은 기념사진을 찍기에 매우 그만이다. 실제로 나 뿐만 아니라 절을 찾은 사람들 모두가 진신사리탑의 사진을 찍었고, 또한 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사진에 찍고 디카에 찍힌 사진을 확인할 때, '진짜로 내가 지금 산사에 와있구나'라는 것이 실감나더라. 산 속에 자리잡고 있는 절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정취가 물씬 풍겼다.




대웅전 안에서는 향냄새와 함께 목탁소리가 흘러 나왔다. 목탁소리에 맞춰 스님께서는 불경을 외고 계셨다. 절에서만 들을 수 있는 소리였다. 앞서 말했지만 나는 이 향냄새와 목탁소리, 불경 외는 소리가 좋다. 그 속에 있으면 뭔가 마음이 편안해지고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어린 시절 절에 다니면서 반야심경을 노래처럼 따라부르고, 어머니가 집에서 외는 천수경을 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금은 어머니나 나나 찬송가를 부르며 성경 말씀을 믿는 크리스찬이지만 말이다.




산 속에 있는 그날의 내장사는 고요했다. 사람도 많지 않았고, 그저 몇몇 관광객과 스님만이 절 안에서 마주칠 뿐이었다. 흐린 날씨에도 푸른 숲으로 둘러싸인 내장사는 밝은 빛을 내는 듯해 보였다.






작은 법당 안에 있던 불상이다. 내 기억으로는 지장보살의 모습인 것 같은데 장담은 못하겠다. 불상 앞에 지펴진 초는 방금 새 것으로 갈아 불을 붙인 듯한 느낌이었다. 몇몇의 불자들은 법당 앞에서 신을 벗지 않은 채 서서 불상을 향해 합장을 하고 절을 했다.






절 주위를 둘러보다 다람쥐를 한 마리 발견하고는 줌을 당겼다. 줌을 많이 당기는 바람에 화질이 낮아져 사진은 선명하지 않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다람쥐의 모습을 찍을 수 있었다. 혹시나 가까이 가면 도망갈까 하는 마음에 멀리서 지켜만 보다았다. 그러다 조금 욕심을 부려 가까이 걸어가려고 하니 금새 인기척을 듣고는 숲 속으로 도망가버리더라. 짜식, 역시나 귀가 밝은 녀석이었다.


내장사에서 잠시 시간을 보낸 나는 다시 절을 빠져나와 절 옆으로 나있는 산길을 따라 걷기 시작하였다. 빗방울은 조금씩 떨어지다 말다를 반복했지만 산 속에서 시간을 보내기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걸으면 걸을수록 숲은 더 울창해져 갔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장산에서 조금 더 긴 시간을 보내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된다. 이틀 정도는 내장산에서 머물어도 되었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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