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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 라이브러리

[보드게임 리뷰] 장미전쟁(Rosenkonig)


나는 한 때 보드게임 카페에서 매니저를 했던 경험이 있다. 그 때는 정말이지 보드게임의 매력에 미쳐서 매일 새벽 2시가 넘도록 사람들과 보드게임을 즐겼던 기억이 난다. 덕분에 수험생임에도 불구하고 공부 할 시간은 많이 빼앗겼지만, 그래도 그 때의 즐거움은 잊을 수가 없다. 내가 한창 보드게임에 미쳐 있을 당시에는 보드게임 카페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하지만 그것도 반짝하는 유행이었을 뿐, 이제는 보드게임 카페를 찾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바쁘게 산다는 핑계로 사람들과 둘러 앉아 보드게임을 하는 기억을 잊었던 내가 이제 다시 블로그를 통해 그 때의 기억을 떠올려 볼까 한다. 오늘은 첫 번째이니만큼 쉬우면서도 유명한 게임을 다루는 것이 나을 것 같다.



- 게임명 : 장미전쟁(Rosenkonig)
- 디자이너 : Dirk Henn
- 발행년도 : 1999년
- 게임인원 : 2인
- 게임시간 : 30~40분
- 게임배경 : 전쟁


15세기 치열했던 전쟁이 보드게임으로...


'장미전쟁(Rosenkonig)'은 지난 15세기 영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장미전쟁을 배경으로 만든 게임이다.


과거 15세기 영국에서는 왕위 계승권을 둘러싸고 두 귀족가문 사이에 30년 간 전쟁을 벌어졌다. 이 역사적인 사건의 주인공은 랭커스터 가문과 요크 가문인데, 이 두 가문은 모두 자신들의 상징으로 장미 문양을 사용하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장미의 색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랭커스터 가문은 붉은 장미를, 요크 가문은 흰 장미를 상징으로 사용하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두 가문의 사이의 전쟁을 '장미전쟁'이라고 이름 붙이게 된 것이다.


뒷 이야기를 조금 더 꺼내어 보면, 이 전쟁은 랭커스터 가문의 승리로 끝났다고 한다. 전쟁을 승리로 이끈 랭커스터 가문의 헨리 튜더는 아예 요크 가문의 여인과 결혼을 하여 왕위 계승권 분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리고 이 전쟁 당시에는 랭커스터 가문이 붉은 장미를 가문을 상징하는 문양으로 사용하지 않았으나, 전쟁 후반부에 가서 붉은 장미를 가문의 문양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역사 이야기는 이 쯤에서 접어두고 이제 본격적으로 '장미전쟁'이 어떤 게임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상대의 카드를 보고 많은 땅을 차지해라!


이 게임의 룰은 그다지 어려운 편이 아니다. 간단한 설명만 들으면 누구나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전략이 없다면 결코 이길 수 없는 게임 중에 하나이다(가끔 보드게임을 하다 보면 운만 믿고 플레이를 하여 다른 사람의 전략을 완전히 망가뜨려 놓는 사람이 있다).


먼저 두 명의 플레이어는 파워카드라고 불리는 일종의 방향카드를 각각 5장씩 받게 된다. 보드게임에서는 일반적으로 자신의 카드를 상대방에게 보여주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장미전쟁은 상대 플레이어가 자신의 카드를 볼 수 있도록 오픈해 놓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받은 카드는 보드에 그려져 있는 왕관방향과 카드에 그려져 있는 왕관 방향이 일치하도록 자신 앞에 펼쳐 놓으면 된다. 각 플레이어는 5장의 파워카드 외에 4장의 영웅카드를 받게 되는데, 이는 게임 중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특수카드라고 할 수 있다(이 카드의 기능은 아래에서 언급하도록 하겠다). 이렇게 카드를 받은 뒤 남은 파워카드는 보드 한 쪽에 쌓아 놓고, 카드가 필요할 때 여기서 카드를 가져오면 된다.


이것으로 게임할 준비는 끝. 본격적으로 게임의 플레이를 살펴보도록 하자.


역사적으로 흰장미 가문(요크 가문)이 먼저 공격을 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게임은 흰장미 플레이어가 먼저 시작한다. 각 플레이어는 자신의 턴에 파워카드를 한장 사용하거나, 카드덱에서 한 장을 가져오거나 혹은 영웅카드와 파워카드를 같이 사용할 수 있다. 한 플레이어는 카드를 5장까지 보유할 수 있는데, 게임을 시작할 때 5장의 카드를 받고 시작하니 첫 턴에는 무조건 카드를 사용할 수 밖에 없게 된다. 파워카드에는 방향과 숫자가 표시되어 있다. 파워카드를 사용하면 보드 중앙(태양)에 있는 왕관을 카드에 표시된 방향으로 표시된 숫자만큼 이동시킬 수 있다. 이동한 지점은 해당 플레이어의 영역이 되며, 이를 표시하기 위해 자신의 장미마크(파워스톤)를 놓는다. 그 다음은 상대 플레이어의 차례. 상대 플레이어 역시 위와 같은 방식으로 플레이를 하면 된다. 이제 각각 한 장씩의 카드를 사용했으니 새로운 카드를 받아올 여유가 생겼을 것이다. 이 때 카드를 받아올지 아니면 카드를 사용할지는 플레이어의 선택이다. 상황에 따라서 카드를 받아오는 타이밍과 사용하는 타이밍을 잘 맞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기본적으로 내 파워스톤이나 상대 플레이어의 파워스톤이 있는 곳, 그리고 보드 밖으로 나가게 되는 곳으로는 왕관의 이동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영웅카드를 사용하면 상대방의 스톤이 있는 곳으로 공격이 가능하다. 이 때가 바로 영웅카드의 진가를 발휘하는 시점이다. 파워카드를 사용하여 이동한 곳이 상대방의 파워스톤이 있는 곳이라면 그 카드는 사용할 수 없는 카드지만, 만약 영웅카드와 파워카드를 같이 사용한다면 말은 달라진다. 영웅카드와 파워카드를 동시에 사용하게 되면 이동한 곳에 잇는 상대의 파워스톤을 뒤집어 자신의 땅으로 빼앗을 수 있는 것이다(이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게임을 '땅따먹기' 게임이라고 가볍게 표현한다). 땅을 빼앗기는 상대 플레이어의 표정변화를 보는 재미도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게임은 파워카드를 오픈해 놓은 상태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상대 플레이어에 대한 경제가 조금은 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상대 플레이어도 마찬가지니 방심은 금물이다. 상대방의 카드를 본 후 상대 플레이어가 이동하기 힘든 곳으로 왕관을 몰고 가는 것도 전략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만약 어떤 플레이어가 카드 5장을 모두 받은 상태에서 파워카드도, 영웅카드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 플레이어는 패스를 외쳐야 한다. 눈물은 머금고 외친 '패스'는 상대방에게는 희소식이다. 상대 플레이어는 게임을 계속 진행하고, 패스를 외친 플레이어는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 올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다. 만약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없다면 눈을 지긋이 감고 기도를 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연결된 영토를 차지해야 승리가 보인다!


이 게임이 종료되는 시점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모든 파워스톤이 보드 위에 올라왔을 때이고, 두 번째는 두 명의 플레이어 모두 어떤 액션도 할 수 없을 때이다. 이 두가지 조건 중에 한 가지만 만족된다면 게임은 그 즉시 종료되게 된다. 


'장미전쟁'은 땅만 많이 차지하면 이기는 기존의 땅따먹기와는 달리 점수 계산방법에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각 플레이어의 점수 계산법은 '연결된 영토 수의 제곱'이다(이 때 연결된 영토라는 것은 보드 상에서 직선으로 붙어 있는 영토를 의미한다). 즉, 연결된 영토를 많이 차지해야 그만큼 높은 점수를 얻게 된다는 뜻이다. 만약 떨어져 있는 영토 3개를 차지했다면 '1의 제곱 + 1의 제곱 + 1의 제곱'이므로 3점이지만, 3개의 영토가 연결되어 있다면 '3의 제곱'이므로 9점을 얻게 된다. 그러니 영웅카드를 잘 사용하여 상대방의 연결된 영토를 끊고, 상대방이 끊어버린 내 영토를 다시 연결하도록 전략을 잘 구상해야 할 것이다.


                  



개인적인 견해로 '장미전쟁(Rosenkonig)'은 테마 면에서는 상당히 매력적이고, 난이도 면에서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고 본다. 다만 룰이 간단하기 때문에 쉽게 질릴 수도 있다는 점이 문제다. 그럼에도 2인용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연인들에게는 추천할만 한 게임인 것은 사실이다. 역사 상에서는 랭커스터 가문의 승리로 끝났지만, 이제 전쟁의 주인공은 바로 당신이다. 이 글을 다 읽은 지금, 어느 가문이 승리할지는 바로 당신에게 달려있는 셈이다.



* 사진출처 : 다이브 다이스(www.divedi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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